아픈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죠? 저도 아픈 게 너무 싫습니다. 모두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갔으면 하는데요.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고통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었을지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우선 통증 반응을 느끼면 우리는 진통제를 먹습니다. 바로 이 진통제가 고대부터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진통제의 발전을 거쳐 현대에서는 더 많은 반응들을 확인하고 더 많은 임상적 적용을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분류를 예로 들면서 진통제에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보려 합니다.
1. 진통제의 발전
진통제의 역사는 인류가 질병과 부상, 고통을 경험해 온 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문명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식물과 광물을 이용하여 통증을 완화하려 했는데 이러한 점이 현대 진통제 개발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아편(opium)을 사용해 고통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 인도, 중국에서도 양귀비 추출물이 진통 및 진정 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아편을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언급하며, 치료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세기 초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쇠르투르너는 아편에서 모르핀(morphine)을 분리해냈습니다. 아편부터 모르핀까지 어디선가 한 번씩 다 들어본 단어들이죠. 바로 이것이 현대 진통제의 탄생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모르핀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전쟁터와 병원에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강한 중독성과 의존성 문제로 인해 새로운 진통제 개발이 촉진되었습니다. 19세기 말에는 아세틸살리실산, 즉 아스피린(aspirin)이 개발되어 비마약성 진통제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는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염증 억제, 해열 효과까지 가진 약물로서, 수백 년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20세기로 들어와서는 다양한 합성 마약성 진통제(예: 옥시코돈, 펜타닐)와 비마약성 진통제(예: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가 개발되었습니다. 따라서 통증의 종류와 강도에 따라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21세기에는 통증의 신경학적 기전을 연구하여 신경병성 통증, 암성 통증, 수술 후 통증 등 맞춤형 진통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통제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지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2. 반응
진통제가 통증을 억제하는 방식은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통증 신호의 전달을 차단하거나 변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통증은 손상된 조직에서 발생한 신호가 말초 신경을 따라 척수로 전달되고, 다시 뇌로 전달되어 인지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때 비마약성 진통제(NSAIDs, 해열진통제)는 주로 염증 반응과 관련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합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 수용체를 민감하게 만드는 물질입니다. 따라서 이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차단하면 통증 자극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진통제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여 통증 인식을 차단합니다. 이들은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여 통증 신호의 전달을 억제하거나 신호 자체를 변형시킵니다. 예로 모르핀, 코데인, 펜타닐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병성 통증 치료제는 다소 다른 메커니즘을 가집니다. 이들은 신경 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거나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차단하여 통증 신호를 조절합니다. 항우울제(예: 아미트리프틸린), 항경련제(예: 가바펜틴, 프레가발린)를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NMDA 수용체 길항제, 칼슘 통로 차단제 등 다양한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진통제가 개발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복합적인 통증 조절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처럼 진통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통증 경로가 있으면서도 각각 복합적인 기전을 통해 효과를 냅니다.
3. 분류
진통제는 작용 기전과 약리적 특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입니다. NSAIDs는 염증을 억제하면서 통증과 열을 낮추는 약물입니다. 이들은 COX-1, COX-2라는 효소를 차단하여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케토로락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약들은 관절염, 수술 후 통증, 생리통 등 다양한 통증에 사용됩니다. 다만 위장관 출혈, 신장 기능 저하,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장기 복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한 약물입니다. 다음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약 상표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기억하는 약을 말하라고 하면 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말할 것 같은데요.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과 진통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염증 억제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위장관 부작용이 적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경증에서 중등도 통증(두통, 치통, 발열 등)에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고용량 복용 시 간 손상의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오피오이드는 중등도에서 중증 통증에 사용되는 강력한 진통제입니다.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 메타돈 등이 있으며, 암성 통증, 수술 후 심한 통증 등에 사용됩니다. 오피오이드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지만 호흡 억제, 변비, 의존성 같은 부작용과 위험이 있어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비약물적 통증 관리와 병행하여 오피오이드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조적 진통제가 있습니다. 이들은 본래 진통 목적으로 개발된 약은 아닙니다. 그러나 특정 통증(특히 신경병성 통증)에서 효과를 보이는 약물군입니다. 항우울제, 항경련제, 국소 마취제(예: 리도카인 패치)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단독 또는 기존 진통제와 병용하여 사용됩니다.
4. 임상적 적용
진통제는 다양한 의료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많이 사용되지만 그만큼 적절한 약물 선택과 투여 방법, 부작용 관리가 중요합니다. 급성 통증에서는 일반적으로 단기적이고 강도에 따라 NSAIDs나 아세트아미노펜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오피오이드가 단기간 추가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통증, 외상성 손상, 급성 염증 질환이 있을 때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급성 통증 말고 만성 통증에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NSAIDs 사용은 신장과 위장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피오이드는 의존성과 내성의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약물 치료(물리치료, 심리적 중재)와 병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특히 만성 신경병성 통증에서는 보조적 진통제가 주요 역할을 합니다. 암성 통증 관리는 WHO에서 제시한 3단계 통증 사다리 원칙에 따라 통증 강도에 맞춰 진통제를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경증에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중등도에는 약한 오피오이드를, 중증에는 강한 오피오이드를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부가 약물을 조정합니다. 주의할 점은 모든 진통제는 부작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고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위장 출혈, 신장 기능 악화, 간독성, 호흡 억제, 정신적 의존성 등은 주요한 부작용이며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용량 조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진통제 사용 중단 시에는 갑작스럽게 끊지 말고 서서히 감량(tapering)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오피오이드 계열은 금단 증상을 방지하기 위해 계획적인 감량이 필요합니다. 진통제는 이렇게 다양하게 임상적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환자 맞춤형으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