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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결핵 진단의 정확도, 치료 결정 기준, 대응 전략, 사회적 인식

by 젤로하 2025. 5. 13.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전염병 중 하나이자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높고, 결핵 치료 기술이 발전한 현재임에도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핵이 단지 발열, 기침, 객혈 등 증상이 있는 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증상이 전혀 없지만 결핵균에 감염된 상태인 잠복결핵감염(LTBI: Latent Tuberculosis Infection)의 인구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는 공공 보건의 중요한 사각지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잠복결핵은 병이 아닌 상태로 보이지만 면역이 약해지는 특정 시점에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되어 전염성 질환이 되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적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의료진, 교육 종사자, 군 장병, 교정시설 수감자 등 다중 접촉이 잦은 직종에서는 잠복결핵 관리가 중요합니다. 병원 실습 등을 나가는 학생들도 잠복결핵 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러한 잠복결핵 진단의 정확도는 어떨까요? 그리고 만약 양성 결과가 나온 경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치료 결정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이는 또 증상이 없다 보니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잠복결핵의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출처 : WHO

 

잠복결핵의 검사 중 하나인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으로, 장갑 낀 손이 주사기를 팔에 찌르는 모습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

1. 잠복결핵 진단의 정확도

잠복결핵은 활동성 결핵과 달리 증상이 없고 일반적인 흉부 X-ray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특수한 면역학적 검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현재 잠복결핵을 판별하기 위한 검사로는 크게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TST: Tuberculin Skin Test)와 인터페론 감마 분비 검사(IGRA: Interferon-Gamma Release Assay) 두 가지가 있습니다. TST는 비교적 오래된 방식으로, 팔에 결핵 항원을 주입한 후 48~72시간 후 부종 크기를 측정하여 감염 여부를 판단합니다. 다만 이 방법은 과거 BCG 백신 접종자에게서 위양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피검사자의 피부 반응 해석에도 개인차가 존재해 정확도나 신뢰도 면에서 한계를 가집니다. 반면 IGRA는 혈액 내에서 특정 결핵균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BCG 접종 이력과 관계없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특히 대규모 집단 검사나 의료기관 종사자 검사 시 사용되며 전염병 예방조치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즉 잠복결핵 진단의 정확도는 꽤나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IGRA는 ELISA 방식으로 이뤄진 QuantiFERON-TB Gold Plus, ELISPOT 기반의 T-SPOT.TB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실험실의 숙련도에 따라 정밀도가 다를 수 있어 품질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검사 모두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간접 지표일 뿐 감염 시점이나 활동성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결핵 역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별적 적용이 필수입니다.

 

2. 치료 결정 기준

잠복결핵은 병이 아닙니다. 따라서 치료 여부는 단순히 양성 판정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클 때에만 치료가 권장됩니다. 즉 치료 결정 기준에 대한 판단은 의학적으로도, 보건정책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한국 질병관리청(KDCA) 등은 고위험군 위주로 잠복결핵 치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위험군이란 면역억제치료 예정자(항암, 장기이식 등), HIV 감염자, 결핵환자와 밀접접촉자, 결핵발병률이 높은 국가 출신자 등입니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이소니아지드(INH) 단독 9개월 요법, INH + 리팜핀 병합 3개월 요법, 리팜핀 단독 4개월 요법 중에서 이루어집니다. 한국에서는 부작용 발생률을 고려하여 3개월 병합요법이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 치료를 결정한 경우에는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약물 복용을 유지해야 하며 복약 순응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잠복결핵 치료의 결정에는 이점과 단점이 항상 함께 작용합니다. 한편으로는 향후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사회적 전파 차단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간독성, 피부 발진, 위장장애, 약물 알레르기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잠복결핵 양성이라도 나이, 기저질환, 간기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정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3. 대응 전략

잠복결핵은 감염병이 아니며 환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 체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감염 연결고리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됩니다. 실제로 활동성 결핵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연간 10~15명에게 결핵균을 전파한다고 보고되며 그 중 일부는 잠복결핵 상태로 전환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학교, 병원, 복지시설, 군대 등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접촉자 추적조사 및 잠복결핵 검사·치료가 의무적으로 시행됩니다. 이는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 대응 전략의 핵심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결핵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에게 잠복결핵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국경 방역 차원의 활용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증가, 국제교류 확대 등으로 인해 감염병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잠복결핵 관리의 국제적 표준화 및 정책 연계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결국 감염병 정책에서 잠복결핵을 통제 가능한 대상군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조용한 감염고리 차단이라는 선제적 방역 전략으로서 매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4. 사회적 인식

잠복결핵은 특성상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사와 치료를 전제로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과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 복약 순응도도 낮은 편입니다. 특히 보건소나 직장에서 검사를 받은 뒤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병원 방문 시간이 안나고 여러 이유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은 잠복결핵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 제고와 수용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잠복결핵 치료는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건강 투자라는 공동체적 메시지를 강화하고, 전문 의료진 상담, 치료비 지원, 복약관리 앱 연계 등 사용자 중심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인 대상 교육에서도 잠복결핵의 진단기준, 치료 적응증, 치료 중 환자 관리 프로토콜 등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전달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환자 상담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의 진료 효율성과 감염병 예방 교육자로서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언론, 학교 교육, 기업 보건 프로그램 등 사회 전반에서 잠복결핵에 대한 낙인 방지 캠페인이 병행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오해와 불안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즉 잠복결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부터가 공중보건학적 대응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