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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망의 임상적 증상, 양상, 뇌 기능, 진단 도구

by 젤로하 2025. 4. 23.

인간의 정신 기능은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 우리의 신체구조와 기관들이 항상 정말 신기한데요. 이러한 정신기능이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저하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지 능력, 주의력, 지남력, 감각, 수면 주기까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 상태가 바로 섬망입니다. 섬망의 임상적 증상은 다양해서 그걸 통해 의심하고 어느 양상에 속하는지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섬망은 뇌 기능과 큰 관련이 있는데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 도구를 활용해야 합니다.

 

사람 머리를 선으로 표현한 그림, 머리 안에 뇌가 회색으로 칠해져 있다.
뇌 기능

1. 섬망의 임상적 증상

섬망은 그 증상이 매우 비특이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주의력 저하입니다. 환자는 주의 집중을 어려워하며, 간단한 질문에도 일관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반복된 질문에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주의력 저하는 주변 환경에 대한 지남력 장애(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인식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 경우 환자는 현재 자신이 있는 장소, 날짜, 시간,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환자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환각, 착란, 망상 등의 정신증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시각적 환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예로 벽에 벌레가 기어간다고 주장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말이 많아지거나 말수가 급격히 줄고, 주변 사람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말이 빠르거나 횡설수설하고, 때로는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섬망은 낮과 밤의 인식이 뒤바뀌는 수면-각성 주기의 교란도 동반합니다. 보호자나 의료진이 더욱더 케어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보통 밤에는 심해지고 낮에는 다소 나아지는 야간 악화(nighttime exacerbation) 경향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간병자나 가족은 환자가 밤새 깨어서 방을 돌아다니거나 대화를 시도하며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이처럼 섬망의 임상적 증상은 복잡하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평소 상태와 비교해 갑작스럽고 비정상적인 행동 변화가 나타났을 때 섬망을 의심해 볼 수도 있습니다.

 

2. 양상

섬망은 그 양상에 따라 크게 과활동형, 저활동형, 혼합형으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구분은 환자의 행동 패턴과 정신 운동의 변화 정도를 기준으로 하며 임상적으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우선 과활동형 섬망(hyperactive delirium)은 환자가 과도하게 흥분하고, 공격적이거나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유형입니다. 조금은 무서운 형태로 나타나는 섬망인데요. 이 섬망의 경우 주위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손을 떨고, 심한 경우 간호사나 가족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하기도 합니다. 혼잣말, 욕설, 빠른 언어, 시각적 환각도 흔하게 동반됩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 덕분에 주변에서도 쉽게 문제를 인식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반면 저활동형 섬망(hypoactive delirium)은 환자가 말이 없고, 무기력하거나 졸린 상태로 보입니다. 따라서 섬망이라고 의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반응이 느리며, 자극에도 쉽게 깨어나지 못하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형은 우울증, 치매, 노쇠 증후군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이 늦어지기 쉽고 예후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혼합형 섬망(mixed-type delirium)은 위의 두 가지 양상이 하루 혹은 몇 시간 간격으로 교차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낮에는 조용하다가 밤에는 극도로 흥분하거나, 특정 시간대에만 과활동과 저활동이 반복되는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 유형은 가장 흔하면서도 불안정하고 예측이 어려운 경과를 보이며 치료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섬망의 진행 양상은 일반적으로 급성 발병 후 며칠에서 수주 내 회복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안타깝게도 일부 환자는 장기간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특히 고령자나 뇌질환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섬망 후에도 치매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어, 증상 발생 시 빠른 인지와 개입이 중요합니다.

 

3. 뇌 기능

섬망은 단순한 정신과적 증상이 아니라 뇌 기능의 급성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경생리학적 사건입니다. 보통 섬망이라고 하면 그냥 정신 이상이라고 생각이 들죠? 근데 뇌 기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주로 대뇌피질, 해마, 시상, 망상체 등의 뇌 부위가 이를 관여합니다. 따라서 이들 영역 간의 정보 처리와 연합 기능에 이상이 생길 때 섬망이 발생합니다. 섬망 상태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구체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세틸콜린의 감소와 도파민의 과활성화가 주요한 생화학적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이는 인지, 주의, 감정 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신경물질입니다. 따라서 이 균형이 깨지면 혼동, 과활동, 불안정한 감정 상태가 초래됩니다. 뇌의 기능적 연결성이 저하되면서 외부 자극에 대한 처리 능력이 떨어지고, 뇌파 검사에서도 알파파 감소, 델타파 증가 같은 비정상적인 파형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수면과 각성 주기 사이의 조절 실패입니다. 실제로 섬망 환자의 수면-각성 리듬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염증 반응도 뇌기능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신체 감염이나 수술, 외상 등으로 인해 전신 염증이 활성화되면 염증 매개체가 혈뇌장벽(BBB)을 통과하거나 뇌 내 면역 반응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는 곧 신경세포 기능 저하 및 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섬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 수 있죠. 바로 섬망이 단순히 일시적인 정신 착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을 동반한 신경학적 손상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섬망 경험은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섬망증세가 경미하더라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4. 진단 도구

섬망은 다양한 증상과 경과를 보입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평가 도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진단 도구로는 혼동평가법(CAM: Confusion Assessment Method)이 있습니다. 이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CAM은 4가지를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그 4가지는 급성 발병과 경과의 변동성, 주의력 장애, 혼동된 사고 내용, 의식 수준 변화입니다. 이 중에서 1번과 2번은 필수항목입니다. 그리고 3번이나 4번 중 하나가 추가로 충족되면 섬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CAM은 간단하면서도 민감도가 높아 간호사나 일반 의사도 빠르게 섬망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ICU 환자에게는 CAM-ICU, 노인 환자에게는 Nu-DESC(Delirium Screening Checklist) 같은 도구가 활용됩니다. 또한 전산화 인지 평가나 뇌파 검사 등도 보조적으로 사용됩니다. 섬망을 진단하면 그저 진단결과가 섬망임을 알리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사실 섬망은 전신 상태가 악화되었음을 나타내는 임상적 경고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섬망을 진단 받고 나면 의료진이 전반적인 치료 방향을 재조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서 갑작스러운 섬망이 발생한다면 이는 저산소증, 패혈증, 저혈당, 약물 부작용 등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원인을 놓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섬망은 단지 정신과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전신 건강 상태와 뇌 기능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신호이므로,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를 평가하고 즉시 대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출처 : 섬망 관련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