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넬라병(Legionellosis)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재향군인병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는 여름철에 잘 발생하는 감염병입니다. 보통 에어컨, 냉각탑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는 폐렴이나 독감과 유사 증상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레지오넬라병 판정에는 정밀한 진단검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 균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냉각탑, 샤워기, 분수, 수영장, 병원 내부 배관 등 공공 환경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발생한 군인 집단감염 사건 이후 이 병은 ‘레지오넬라병’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병원, 호텔,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집단 발병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대응 매뉴얼도 정해져 있고 추적 조사도 잘 진행되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질병의 원인을 알았으니 환경 규제도 하고 있어서 점차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1. 레지오넬라병 판정
레지오넬라병은 감기나 일반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임상적으로는 감별 진단이 매우 어렵고 초기에 오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열, 기침,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은 바이러스성 폐렴, 세균성 폐렴, 코로나19 등과 구별이 쉽게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특이적이고 정밀한 검사체계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진단 방법으로는 요검사 항원검출법(Urinary Antigen Test)이 있습니다. 이는 소변을 통해 레지오넬라균의 항원을 탐지하는 검사로 특히 Legionella pneumophila serogroup 1에 대해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입니다. 단점은 이 검사로는 다른 혈청형이나 종(species)의 감염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 객담 배양과 PCR 검사가 병행됩니다. PCR은 다양한 혈청형의 레지오넬라균을 탐지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다중 PCR 패널을 통한 빠른 진단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이들 검사는 정밀 장비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일반 병·의원에서 시행하기 어렵고 보건환경연구원 또는 권역 내 지정 검사기관에서 수행됩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는 레지오넬라 감염이 의심될 경우 폐렴의 다른 원인과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흉부 CT, 산소포화도, 혈액 염증 지표, 가스분석 검사 등의 검사도 진행하여 어떤 게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가집니다. 즉 레지오넬라병 판정은 단일 검사로 진단하기는 어렵고 임상적 의심과 역학조사, 고급 분자 진단을 통합해서 이루어집니다.
2. 추적 조사
레지오넬라균은 특히 20~50°C 사이의 따뜻하고 정체된 물에서 활발히 증식하며 수중 박테리아의 생물막(biofilm) 안에서 번식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건물 내 수도관, 냉각탑, 가습기, 분수, 욕조, 의료기기 수계라인 등 매우 다양한 감염 경로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감염원이 항상 분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한 지 10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났다면 병원 내 감염으로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 감염일 경우에는 정확한 감염원 추적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실제로 레지오넬라 감염은 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확산됩니다. 이는 어느정도 일정 거리까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감염 발생 후에도 발병 장소와 감염 환경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환자 발생 시 즉시 환경 역학조사에 착수합니다. 우선 감염 의심 장소의 냉각탑수, 급수 시스템, 샤워기, 병원 장비 등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PCR 또는 배양을 통해 레지오넬라균 유무를 확인합니다. 또한 환경 유전자 서열과 환자 균주 간 유전자 비교를 통해 감염원을 추적 조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염경로 추적은 공학, 환경, 감염병학이 결합된 고도의 과학적 프로세스를 필요로 합니다.
3. 대응지침
레지오넬라병은 비교적 희귀한 감염병입니다. 사실 저도 흔하게 들어본 병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한 장소에서 다수 인원이 동시에 감염되는 특성을 보여서 감염자 수가 순식간에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쇼핑몰, 병원, 호텔, 요양시설, 대학교 기숙사 등에서 감염 사례가 많이 나타나는 편이고 냉각탑과 샤워라인을 통한 확산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집단 발생 시를 대비해 레지오넬라 집단발생 시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지오넬라병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군 법정감염병 대응 절차와 동일합니다. 즉 환자 발생 즉시 보건소 및 질병관리청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후로는 감염 추정 장소의 폐쇄, 환경 검체 채취, 접촉자 추적 및 역학조사, 검진 대상자 분류 및 결과 보고 등이 진행됩니다. 문제는 실무 현장에서 이 절차를 전문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항상 준비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레지오넬라균은 일반 세균과 달리 배양과 검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경 시료 내 균 존재 여부 판단도 까다롭기 때문에 감염원 제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감염병 대응이 보건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건축 설비나 공조 시스템의 이해도가 높은 환경 엔지니어들의 참여가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4. 환경 규제
레지오넬라병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이 발생한 후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환경에서 균 증식을 사전 차단하는 예방 중심 전략을 시행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건물 설비의 위생 기준 강화와 지속적 환경 모니터링이 정책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냉각탑·급탕기·온천시설·병원 급수라인 등에서 정기적인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냉각수 수질 기준 내 총균수와 레지오넬라균 농도를 수치화하여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검사 결과는 보건소 또는 지자체에 보고되어야 합니다. 만약 기준을 초과한다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하고 설비 세척 및 재검사 의무가 부과됩니다. 문제는 여전히 비의무대상 시설이나 소규모 건축물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노후화된 공동주택, 소규모 숙박시설, 종교시설 등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따른 규제 확대 논의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 다습한 환경이 늘어나고 건물 내 습도 조절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많다는 점에서 더 주의해야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레지오넬라균의 증식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책적으로는 단순한 수질 검사만이 아닌, 설비의 구조적 개편,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IoT 기반 실시간 수질 감시 기술의 활용 등도 환경 규제의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출처 : 법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