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혹한 환경에서는 체온 유지가 생존의 기본 조건이 됩니다. 전 안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는 정말 많이 옷을 껴입는데요. 발은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동상은 이렇게 손끝 발끝에 많이 발생하게 되죠. 눈과 바람, 그리고 영하의 온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체는 먼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장기부터 보호하려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때 말초 조직, 특히 손, 발, 코, 귀 등은 혈류 공급이 줄어들면서 극심한 한기에 노출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동상입니다. 동상의 진행 과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여러 과정을 거쳐서 발생하며 정도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데 정말 심할 경우 재건 수술까지 필요로 합니다. 이는 군사적, 사회적 맥락에서도 중요성을 가집니다.
1. 동상의 진행 과정
동상은 인체 조직이 빙점 이하의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결빙성 손상입니다. 온도가 급격히 낮아질 경우, 체내 수분이 세포 외부에서 먼저 얼기 시작하면서 세포 내외 삼투압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세포가 탈수되고 구조적으로 손상됩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조직 내 미세혈관도 손상되어 혈류가 차단되고, 혈관 내 혈전 형성과 염증 반응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며 조직 괴사가 일어납니다. 특히 동상은 동결과 해동의 반복 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즉 혹한 속에서 동결된 조직이 다시 온난 환경에서 해동되었다가 다시 동결되는 과정을 겪을 경우, 세포막 손상과 내피세포 괴사가 더욱 심화되며 손상 범위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 동결-해동은 등산, 군사 작전, 혹한기 스포츠 환경 등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병리학적으로 동상은 국소 허혈과 세포 파괴의 복합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염증 매개 물질 증가, 응고계 활성화, 산화 스트레스 등도 조직 괴사에 기여합니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감염 위험이 크게 증가하며 2차 괴저나 절단에까지 이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동상의 진행 과정은 여러 상황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2. 분류
동상 진단은 대부분 임상 소견에 의존합니다. 그래도 그 손상 범위와 깊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세밀한 분류 체계와 영상 진단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동상은 1도에서 4도까지 분류됩니다. 이는 손상된 피부 및 조직의 깊이에 따라 구분됩니다. 1도는 표피 손상에 국한되며 가역적이지만, 4도에 이르면 근육, 뼈, 관절까지 괴사 되어 비가역적 손상으로 진행됩니다. 현대 의료에서는 이러한 임상 분류 외에도 핵의학 영상기법(예: 뼈 스캔, 혈류 스캔), MRI, CT혈관조영술 등을 통해 손상 범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합니다. 특히 삼상뼈스캔(triphasic bone scan)은 2~3일 내로 혈류가 회복될 수 있는지 예측하는 데 유용하여 절단 범위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ICD 코드 체계 내에서도 동상의 등급과 해부학적 위치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와 통계, 그리고 보험 청구 등에서도 보다 표준화된 접근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빠른 판단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촉감, 색 변화, 수포의 유무 및 깊이, 통증 유무 등을 바탕으로 신속한 분류와 처치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3. 재건 수술
동상 치료는 크게 초기 재온난화, 조직 회복을 위한 약물 치료, 그리고 괴사 조직 절제와 재건 수술의 3단계로 구분됩니다. 초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빠르고 균일한 방식으로 손상 부위를 따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섭씨 37~39도의 따뜻한 물에 수십 분간 담그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혈관 확장과 혈류 회복이 이루어지며 동결된 조직이 서서히 해동됩니다. 손이 데였을 때도 찬 물에 넣어서 화기를 빼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 적이 있는데 동상도 비슷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혈액순환을 도와 조직 괴사를 줄이기 위해 혈전용해제, 혈관확장제, 항염증제 등을 사용합니다. 특히 초기 24시간 이내에 tPA(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를 사용한 국소 혈전 용해술을 일부 고위험 환자에서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고압산소치료(HBOT) 또한 일부 사례에서 괴사 범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치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한 동상의 경우 괴사 조직 절제가 필요합니다. 이때 절단 범위는 혈류 회복 가능성과 감염 여부, 주변 조직의 기능 유지 가능성에 따라 정해지게 됩니다. 이후에는 피부 이식, 근육 이식, 의지 보조기 착용 등 재건치료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오면 심리적 외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귀, 코 등 외형 변화가 큰 부위의 손상 환자에게는 정신심리적 상담 및 사회 복귀 지원 프로그램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4. 사회적 의의
동상은 단순한 혹한기 질병이 아니라 인류 역사와 군사 작전에서 매우 중요한 질병으로 기록되어 왔습니다. 즉 동상은 군사적, 사회적 의의를 가집니다. 대표적으로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1812년), 핀란드-소련 간 겨울 전쟁(1939~1940), 한국전쟁, 그리고 현대의 고산작전까지, 수많은 전장에서 동상은 전투 병력의 전투력을 급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추운 날 정말 나가기도 싫은데 전투까지 해야하면 당연히 전투력이 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동상 사례는 수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는 총격보다 더 많은 전투력 상실을 초래했습니다. 최근에도 혹한기 훈련 중 발생하는 동상은 군의 주요 재해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특수 보온복, 스마트 체온 모니터링 장비, 방한 장비 표준화 등 다양한 기술적 대응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노숙인, 독거노인, 산악 구조 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서 동상 발생률이 높습니다. 최근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해 날이 추워지면서 평소 날이 심하게 추워지지 않는 나라들에서 동상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들은 난방이 어려운 환경에서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위기 대응 시스템, 이동진료소, 보호시설 운영 등이 매우 중요한 예방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동상은 기후 변화와 극한 날씨 빈도 증가로 인해 앞으로도 그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상은 재난 대비 매뉴얼과 도시 설계, 공공의료 접근성 확보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의의를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