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도시화,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감염병의 양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중 댕기열은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진 않지만 모두가 한번쯤은 들어본 감염병이죠. 이는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댕기열은 단순한 고열로 시작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출혈, 혈압 저하, 장기 손상 등 치명적인 경과를 유발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주목하는 주요 감염병 중 하나입니다. 댕기열은 주로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에 의해 전파되며, 댕기 바이러스라는 4가지 유형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생합니다. 현재까지 백신이나 완치제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면 댕기열의 발병 시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면역세포가 어떻게 일하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댕기 쇼크 증후군까지 생기는 경우와 이와 비슷한 유사 질환들을 이해해보면서 전반적으로 댕기열을 설명하려 합니다.
1. 댕기열의 발병
댕기열은 감염 후 4~10일의 잠복기를 거쳐 급격히 증상이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고열(약 39~40도)입니다. 이와 함께 두통, 근육통, 관절통, 눈 뒤쪽의 통증, 전신 쇠약감이 동반됩니다. 특히 뼈마디가 쑤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있어 영어권에서는 이를 "breakbone fev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약 3~7일간 지속되며, 일부 환자에서는 구토, 복통, 발진, 식욕 저하가 동반됩니다. 특히 댕기열의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발병 후 며칠이 지나면서 전신에 점상 출혈(petechiae)이나 발진(maculopapular rash)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발진은 몸통이나 얼굴, 사지에 널리 퍼질 수 있으며, 피부를 눌렀을 때 사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증상의 경과는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댕기열의 발병 이후 1~2주 내 자연 회복됩니다. 그러나 이게 회복되지 않고 심해진다면 치명적일 수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냥 댕기열보다 더 심각한 형태인 중증 댕기열(댕기 출혈열 또는 댕기 쇼크 증후군)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여 혈장 누출, 저혈압,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댕기열의 증상은 초기에는 감기나 독감, 심지어 COVID-19와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댕기열 모기가 있는 지역에 방문했다면 감기 같은 증상이라도 이런 걸 의심해봐야겠죠? 특히 급격한 고열과 심한 근육통, 혈소판 감소 등의 특징을 감안하여 판단하고 혹시 이게 의심된다면 빠르게 병원에 가야합니다. 특히 아동, 고령자,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는 중증 이환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 주의해야 합니다.
2. 면역세포
댕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면 인체의 면역 반응과 혈관 반응이 복합적으로 발생됩니다. 즉 댕기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되면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 및 단핵구가 선천성 면역의 일을 하고, 이후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져 각종 면역 반응을 유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자체의 세포 파괴보다는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과 사이토카인 폭풍이 주요한 병리 기전입니다. 특히 TNF-α, 인터루킨, 인터페론 감마 등의 사이토카인이 다량 분비됩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다량 분비되면 혈관 내피 세포가 손상되고, 혈장 성분이 조직 사이로 빠져나가는 혈관 누출(vascular leakage)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혈관 반응이 댕기열의 중증 진행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과 혈액 반응이 나타나면 복수, 흉수, 말초 혈액량 감소 등이 나타납니다. 더불어 혈소판 파괴가 증가하고, 골수에서 혈소판 생성이 억제되면서 출혈 성향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댕기 출혈의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만약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혈소판 수혈을 받게 됩니다. 또한 댕기열은 한 번 감염되고 나면 평생 면역이 생깁니다. 따라서 매우 좋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나머지 세 가지 바이러스 유형에 대해서는 면역이 생기지 않아 이차 감염 시 오히려 중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를 항체 의존성 증강현상(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이라고 하는데 비중화 항체가 바이러스 감염을 촉진하면서 더 많은 면역세포를 감염시키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 간호미생물학 서적
3. 쇼크 증후군
대부분의 댕기열 환자는 경증으로 회복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약 5~10% 정도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댕기 출혈열(Dengue Hemorrhagic Fever)과 댕기 쇼크 증후군(Dengue Shock Syndrome)입니다. 댕기 출혈열은 혈소판 감소와 혈관 누출로 인해 자반, 코피, 잇몸 출혈, 위장 출혈, 혈뇨 등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피부와 점막의 출혈 반응으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심한 경우 혈액응고 장애가 발생하게 되고, 또 다량의 출혈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경우도 생깁니다. 댕기 쇼크 증후군은 혈관 누출로 인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순환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발생합니다. 우선 쇼크라고 하면 보통 이렇게 저혈압성 쇼크를 말하게 되는데요. 이때는 사지 말단이 차가워지고 맥박이 약해지며, 혼수상태, 기관 기능들이 저하되는 증상들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만약 이 때 적절한 수액 치료와 집중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경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드물게 나타나는 신경계 합병증으로는 뇌염, 뇌막염, 경련, 의식저하 등이 있습니다. 또한 심근염, 간염, 신장 기능 저하 등의 장기 침범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는 항상 모든 질병의 취약층이죠. 이들은 이러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철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반복 감염과 ADE로 인해 이차 감염 환자일수록 치명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병력을 확인하여 과거 댕기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합병증은 대부분 병의 4~6일차, 고열이 가라앉는 시기에 갑자기 발생합니다. 따라서 열이 떨어졌으니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착각 중 하나입니다. 이 시기를 ‘위험기(critical phase)’라고 부르는데 혹시 좀 낫고 있는 것 같더라도 끝까지 적극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4. 유사 질환
댕기열은 증상이 다양하고 전신 증상이 많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다른 감염병이나 출혈성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말라리아,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감염, 유행성 출혈열, 백혈병, 패혈증은 비슷한 증상을 보여 유사 질환을 꼭 구분해야 합니다. 즉 이러한 감염병들은 정확한 진단이 핵심입니다. 우선 말라리아의 경우 댕기열처럼 고열과 오한, 두통을 보입니다. 그러나 뚜렷한 주기성 발열과 말초 혈액 도말 검사에서의 원충 검출로 진단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치쿤구니야열 역시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으로 발열, 관절통, 발진이 유사합니다. 그러나 댕기열에 비해 관절통이 더 오래 지속되고 출혈성 경향은 적습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발진과 결막염, 미열이 동반되며 댕기열보다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임신 중 감염 시 태아 소두증 유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혹시 이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확실히 진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유행성 출혈열이나 렙토스피라증도 댕기열과 유사한 양상의 발열, 근육통, 출혈성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여행력, 환경 노출력, 혈청학적 검사 등을 통해 어떤 원인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댕기열과 말라리아는 주로 혈소판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혈소판 감소와 출혈을 동반하는 질환으로는 급성 백혈병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감염으로 오인하지 않고 혈액검사, 바이러스 PCR, 혈청검사 등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댕기열은 NS1 항원 검사나 댕기 바이러스 RNA PCR로 비교적 빠르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단 검사가 있는 시대라 정말 다행인 것 같죠? 그리고 급성기에는 IgM 항체 검사가, 회복기에는 IgG 항체 상승이 진단의 보조 지표로 활용됩니다. 댕기열은 단순한 발열 질환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질환과 혼동될 수 있어 정확한 감별과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