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은 각자의 생명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세포는 자연스럽게 죽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대체하게 됩니다. 정말 인체의 신비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포 죽음이 비정상적이고 급작스럽게 발생하면서 주변 조직에까지 손상을 유발하는 병적 현상이 있습니다. 이를 바로 괴사라고 합니다. 이러한 괴사는 면역 반응으로 인해 주변에 여러 임상 증상을 나타나게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원래 정상적으로도 세포가 죽기 때문에 세포가 죽은 게 괴사 때문인지 정상적인 과정인지 감별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1. 괴사의 형태
괴사는 발생 원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분됩니다. 각 유형은 조직에서 관찰되는 형태적 특성과 관련된 질환과 밀접한 연관을 보입니다. 병리학적으로 대표적인 괴사의 형태에는 응고괴사(coagulative necrosis), 액화괴사(liquefactive necrosis), 건락괴사(caseous necrosis), 지방괴사(fat necrosis), 괴저(gangrenous necrosis) 등이 있습니다. 응고괴사는 괴사의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이는 특히 심근경색이나 신장 경색 등 허혈성 손상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형태에서는 단백질의 응고로 인해 세포 구조는 일시적으로 유지되지만, 세포는 기능을 잃고 사멸합니다.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세포 핵은 사라져 있고, 조직은 딱딱하고 불투명한 형태로 바뀌어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액화괴사는 뇌 조직이나 농양 형성 부위에서 자주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이는 세포가 완전히 용해되어 액체 상태로 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풍부한 효소 작용으로 세포 구성물이 빠르게 분해되어 조직이 액화되기 때문입니다. 감염성 병변이나 중추신경계 손상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건락괴사는 주로 결핵균에 의한 감염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괴사 부위가 부서지기 쉬운 치즈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역시 세포의 윤곽이 거의 사라지고 백색 점액질처럼 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육아종성 염증 반응과 함께 관찰되며 감염병 진단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지방괴사는 췌장염 등에서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지방조직 내에 효소가 작용하여 중성지방이 분해되고, 지방산이 칼슘과 결합하여 석회화된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이는 외부의 강한 물리적 자극이나 효소 작용이 국소적으로 발생할 때 흔히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괴저는 주로 손가락, 발가락 등 말단 부위에서 혈류 차단과 감염이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때 나타납니다. 괴저는 건성 괴저와 습성 괴저로 나뉘며, 감염이 동반되면 악취를 동반한 빠른 조직 괴사가 일어나며 응급 치료가 요구됩니다.
2. 면역 반응
괴사가 발생하면 인체는 이에 반응하여 염증 반응, 섬유화 혹은 석회화와 같은 조직 수준의 방어 기전을 활성화합니다. 먼저 괴사 부위에서는 급성 염증 반응이 시작됩니다. 괴사한 세포에서 방출된 내부 물질은 면역 자극 물질로 작용하여 대식세포, 호중구 등의 면역세포를 끌어들입니다. 원래 면역세포가 일을 하면 일종의 염증 반응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이 염증 반응은 괴사 조직을 제거하고 복구를 유도하는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그러나 이 염증이 과도하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면 인접한 정상 조직까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염증 반응 후 면역세포는 탐식 작용을 통해 괴사 된 세포 찌꺼기를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손상된 조직은 섬유화 또는 흉터 조직화 과정을 통해 치유됩니다. 하지만 심한 괴사나 넓은 범위의 손상은 회복 불능 상태를 만듭니다. 따라서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경우 괴사 부위에서는 석회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는 세포 내 칼슘 축적이 일어나면서 조직이 딱딱해지는 것입니다. 석회화는 엑스레이나 CT에서 발견되는 석회침착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괴사에서 이러한 석회화가 잘 나타납니다. 한편 신체는 괴사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경우 이를 둘러싸며 격리된 병소로 남기기도 합니다. 이는 만성 염증이나 감염성 병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특히 결핵 등의 감염성 질환에서는 육아종 형성 후 내부에 괴사 중심부가 남아 만성적인 병소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 반응은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3. 임상 증상
괴사는 발생 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입니다. 괴사 조직은 더 이상 정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통증, 부종, 발적, 열감, 분비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표면 조직에 괴사가 생기면 시각적으로 검게 변색되거나 조직이 함몰되는 현상이 관찰되며 심할 경우 악취까지 나게 됩니다. 심근에서 괴사가 발생하는 심근경색의 경우 환자는 극심한 흉통, 호흡곤란, 구토, 식은땀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됩니다. 괴사된 심근 부위는 영구적으로 기능을 상실합니다. 심장에서 괴사가 생겼으니 이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뇌 조직의 괴사도 심장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뇌경색으로 이어지며 신경학적 증상인 편마비, 언어장애, 시야 결손 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피부나 연조직에서의 괴사는 외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발견은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궤양, 부종, 통증, 발적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발의 괴사는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견이 늦어져 절단까지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으로 감염성 괴사는 급속도로 진행되며 고열, 전신 염증 반응,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악화됩니다. 이 외에도 췌장 괴사는 복통, 발열, 쇼크 증상과 함께 다기관 기능 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내부 장기이기 때문에 조직 검사나 영상학적 검사로 괴사 부위를 확인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괴사는 조직 기능 손상을 동반합니다. 따라서 관련 장기의 기능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외과적 제거 또는 광범위 항생제 치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임상에서는 정확한 부위와 증상 그리고 합병증 발생 여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4. 감별
괴사는 세포와 조직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세포자살(apoptosis)과 자주 비교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병리적 상태와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특히 조직학적으로 세포가 소실되거나 구조가 무너졌을 때 그 원인이 괴사인지, 염증성 반응인지, 혹은 종양성 변화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괴사와 세포자살은 모두 세포의 사멸 현상입니다. 그러나 세포자살은 정상 생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그램된 세포 죽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상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염증 반응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반면 괴사는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라 통제되지 못하고 일어나는 세포 사멸입니다. 따라서 항상 강한 염증 반응을 동반하며 조직에 손상을 남깁니다. 감염성 병변과의 감별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결핵성 건락괴사는 육아종 중심에 괴사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진균감염에서도 유사한 조직학적 양상을 보일 수 있어 특수 염색법이나 PCR을 통해 병원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종양 내 괴사와의 감별도 임상에서 중요합니다. 일부 악성 종양에서는 혈류 부족으로 인해 종양 중심부에 괴사가 생기며 이는 영상 검사에서 비균질한 조영 패턴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 생검 시 괴사 부위가 아닌 주변의 활성 세포 부위에서 채취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또한 혈전으로 인한 국소 허혈, 급성 염증으로 인한 조직 융해, 심한 압박으로 인한 조직 괴사 등은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전혀 달라지므로 감별 진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만약 괴사가 진단되었을 경우 이차적인 손상 방지를 위한 계획이 함께 수립되어야 하며, 병리학, 영상의학, 감염내과, 외과 등 다학제 협력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