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panic) 겪어본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느낌인데요. 주변을 걷다가 보이는 정신의학과도 공황치료를 크게 걸어놓은 모습이 많습니다. 공황은 마치 생명을 위협하는 위급 상황인 것처럼 갑작스럽게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조이고, 이성을 잃는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것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공황장애(Panic Disorder)로 진단됩니다. 단순히 몇 번 반복해서 일어났다고 바로 진단을 내리진 않고 공황장애 평가 기준에 따라 확인하여 확진을 하게 됩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약물 치료와 심리치료를 같이 하는 병행 치료를 많이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공황을 단순히 불안의 극단 형태나 심약한 성격의 문제로 치부해서 인식하곤 합니다. 그러나 요즘 공황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공황장애 평가
공황장애 진단 기준은 미국정신의학회(APA)의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기반해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진단은 단순히 환자의 호소만으로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공황발작의 빈도, 지속기간, 발작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이후 회피 행동의 유무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DSM-5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예기치 않은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그 이후 1개월 이상 지속되는 다음 중 하나 이상의 상태를 동반할 때 진단됩니다.
- 또 다른 공황발작에 대한 지속적인 걱정
- 공황발작의 결과에 대한 불안(예: 통제 상실, 심장마비, 미칠 것 같은 느낌)
- 공황발작 회피를 위한 행동 변화(예: 혼자 외출하지 않기, 대중교통 회피)
보통 공황발작 자체는 10분 이내로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짧은 시간인 듯싶지만 이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긴 시간일 텐데요. 이때 심계항진, 발한, 떨림, 질식감, 비현실감,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의 신체적·심리적 증상이 갑작스럽고 강렬하게 나타나는데 이 것을 공황발작이라고 합니다. 공황장애 평가 과정에서 반드시 배제되어야 할 것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증상이 약물(카페인, 교감신경 흥분제 등)이나 다른 신체 질환(갑상선 기능항진증, 부정맥, 간질 등)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닌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황은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고 이를 무시한 자가진단은 오히려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서 무서워하지 말고 이런 증상들이 있다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출처 : 미국정신의학회
2. 치료 패러다임
공황에 대한 치료는 과거에는 불안 반응을 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 기능 회복 및 신경 경로 재구성이라는 관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즉 공황은 단순히 감정을 진정시키기보다 두려움 회로의 과도한 활성화를 조절하고 왜곡된 인지를 재조정하는 작업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과거 중심 치료였던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예: 알프라졸람, 클로나제팜)는 빠르게 증상을 억제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의존성과 반동성 불안 증가, 인지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현재는 단기 보조 치료에 국한되는 경향입니다. 대신 근래에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가 치료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CBT는 환자가 자신의 왜곡된 인식과 자동적 사고 패턴을 인지하고, 이를 행동 실험, 호흡 훈련, 노출 요법 등을 통해 재구성하도록 돕습니다. 더불어 호흡기계와 자율신경계를 동시에 훈련시키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뇌파 기반 신경피드백(Neurofeedback), 심박변이도 기반 자율신경 훈련 등이 심리치료 영역에 포함됩니다. 이처럼 치료 패러다임은 단순 불안 억제에서 신경 기반의 자가 조절 능력 회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뀐 패러다임이 장기적인 회복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방식입니다.
3. 병행 치료
공황장애의 약물 치료는 단기간의 급성기 억제와 장기적 예방을 위한 이중 전략으로 구성됩니다. 즉 약물치료와 심리 치료의 병행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가장 효과적인 1차 선택 약물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입니다. 대표적으로 파록세틴, 세르트랄린, 에스시탈로프람 등이 사용됩니다. 이 약물들은 편도체-전전두엽 회로 간 불균형 조절, 세로토닌의 시냅스 내 유지 강화를 통해 불안 반응 역치를 높입니다. 또한 비교적 안전하고 장기 복용에 적합하다는 장점을 가져 많이 쓰입니다. 그러나 초기 2주간에는 오히려 불안 증상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환자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하고 또 환자-의사 간의 신뢰가 치료 순응도에 핵심적 영향을 미칩니다. SSRI 불내성 환자에게는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나 삼환계 항우울제(TCA),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AOI) 등이 대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들은 부작용 관리가 어렵고 사용 제한이 많아 신중하게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뉴로플라스틱스를 자극하는 새로운 약물(예: 케타민, GABA 조절물질)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뇌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접근이 공황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약물은 공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회로를 안정화시킨다는 점에서 심리치료와 병행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4. 현대 사회의 요인
공황은 문화, 사회 구조, 심리적 현상이 반영된 심층적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현대사회에서 특히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질환의 양상과 표현 방식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서구권에서는 공황장애가 통제 상실에 대한 불안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동양권에서는 사회적 망신, 체면 손상, 존재 가치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공황이 갖는 정체성과 그에 대한 인식이 집단문화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현대 사회의 요인이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직장에서의 압박, 성취 중심 사회 구조, 개인화된 경쟁 환경은 공황 발작의 유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겪는 환자는 종종 나약함, 감정 통제 실패,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병원 가는 것을 꺼려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공황은 심리적 고통이자 사회적 낙인의 구조물로 기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의료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치료는 단순히 개인의 내부 상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그를 지지하고 포용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지 확인하여 이런 요소들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정신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 고위험군 선별 시스템, 직장 내 심리 상담 등 거시적 예방 전략이 병행되면 좋을 것입니다.